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우리 곁의 엔젤] 전남광주 남구 | 10만 원을 모으는 동장, 100만 원을 보탠 건축사
- 2026.09.22
- By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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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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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아니어도 기부할 이유는 충분하다. 10만 원 ‘개미주주’를 모으는 동장, 자신이 지켜본 시간우체국에 100만 원 보탠 건축사

전남광주 남구에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의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큰돈을 기부하는 건 아니다. 대신 10만 원씩 기부할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스스로를 고향사랑기부 ‘홍보 요원’이라 부르는 강규정 봉선1동장이다. 또 한 사람은 건축사다. 나기용 마루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자신이 감리를 맡아 착공 때부터 지켜본 사직동 시간우체국 사업에 100만 원을 기부했다.
10만 원 ‘개미주주’를 모으는 고향사랑기부 홍보 요원
강규정 봉선1동장
▲ 강규정 봉선1동장
강규정 동장은 공무원이 되기 전 15년 동안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대부분을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2003년 광주 남구 보건소에 들어온 뒤에도 오랫동안 보건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다. 처음에는 길어야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강 동장은 비상대책상황팀을 이끌며 확진자 이동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를 분류했다.
오늘 생긴 일은 오늘 해결해야 하니까 그냥 하루하루 버틴 거죠.
돌이켜보면 2년 가까이는 하루 세 시간 반 이상 자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맡은 일이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임감을 지키는 일에는 가족의 희생도 뒤따랐다. 자신이 확진자와 접촉하면 방역업무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과도 거리를 뒀다. 2년 넘게 식사도 각자 하고, 잠도 따로 잤다. 당시 강규정 남구청 감염병관리과 주무관을 거친 확진자만 7만 2,547명에 달했다. 이처럼 2020년 2월부터 820여 일 동안 비상방역 대책 상황실을 총괄 운영한 공로로 202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코로나가 끝난 뒤 강 동장에게 남은 건 표창보다 책임감이었다. 늦게 공직에 들어와 코로나 대응을 계기로 승진까지 했다. 이제 자신이 받은 것을 조금은 돌려놓고 퇴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7년 공로연수를 앞둔 강 동장에게 고향사랑기부는 그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강 동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된 2023년부터 매년 고향인 전남 영광에 기부해 왔다. 그런 한편, 스스로 ‘홍보 요원’이 되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 혜택을 조금이라도 베풀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10만 원씩 기부하는 ‘개미주주’를 모으는 거예요.
스스로 고향사랑기부 홍보 요원을 자처한 거죠.”

봉선1동으로 발령받은 다음부터 강 동장은 주민자치회와 통장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을 모아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렸다. 전남 담양군과 상호 교차기부도 추진했다. 그 결과 2025년 봉선1동에서 51명이 510만 원을 담양군에 기부하고, 담양군에서는 50명이 500만 원을 남구에 기부했다. 강 동장이 사람을 모으고 양쪽을 연결해 만든 결과였다. 강 동장은 올해도 부지런히 ‘개미주주’를 모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민자치회와 통장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이 힘을 보탰다. 그렇게 100명이 10만 원씩 1,000만 원을 남구에 기부했다.
근데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고액기부자 한 명보다는 이 제도를 보다 많은 주민에게 알리는 거예요.
한 번 기부하셨던 분들이 내년에 또 하고, 내후년에 또 하게 되거든요.
사실 저는 큰돈을 낸 것도 아니라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는 게 좀 쑥스러워요.
저보다는 함께 힘을 보태주신 봉선1동 주민분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시간우체국 감리자에서 고액 기부자로
나기용 마루건축사사무소 대표
▲ 나기용 마루건축사사무소 대표
나기용 대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한다.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현재도 서구에 산다. 2024년 남구에 마루건축사사무소를 연 뒤 두 달쯤 지나 경쟁입찰을 통해 한 공사의 감리를 맡았다. 그게 바로 남구 사직동에 건립 중인 ‘시간우체국’이다.
시간우체국은 편지와 영상 같은 기록물을 보관했다가 의뢰자가 정한 미래의 날짜에 전달하는 공간이다. 최단 10년에서 최장 100년까지 시간을 뛰어넘어 마음을 전한다. 오래된 원도심 사직동에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고, 세대가 머무르는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뜻도 담았다.
나 대표는 시간우체국 감리를 맡은 뒤 착공 때부터 현장을 수시로 오갔다. 공사 과정을 꾸준히 지켜봤다. 그렇게 3년 가까이 시간우체국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도 생겼다. 그러던 중 고향사랑기부의 ‘지정기부’ 제도를 알게 됐다. 마침, 시간우체국도 남구의 지정기부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 마무리 공사 중인 시간우체국 전경
담당하시는 분이 10만 원이라도 한번 기부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저도 감리를 맡아 처음부터 지켜본 만큼 누구보다 이 사업에 애정이 있어요.
그래서 기부는 해야겠는데, 10만 원만 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더군다나 건축사 대표니까 남들은 제가 돈 많이 버는 줄 알잖아요.(웃음)
사실 요즘 건설 경기가 안 좋아서 저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사직동은 제가 어릴 적에 뛰어놀던 추억의 동네예요.
시간우체국을 계기로 사직동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기부하고 나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기탁식에도 초대받았다. 김병내 남구청장을 비롯해 다른 기부자들과 한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100만 원을 냈다고 이렇게까지 환영받는 게 쑥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구에서 너무 환영해 주시니까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좀 더 해야 했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기탁식에서 청장님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장애인들이 하고 싶은 활동도 지원하고, 예산이 없어서 못 했던 좋은 사업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고향사랑기부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제도가 아니라, 이렇게 필요한 사업을 직접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기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100만 원을 기부하기 전과 후, 시간우체국을 보는 마음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감리자로서 공정과 품질을 살피는 현장이었다. 지금은 시간우체국의 성공적인 개관과 안착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사직동에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편지를 쓰고, 전시를 보고, 공연과 문화 프로그램 즐기는 사람들이 골목을 걷는 모습도 그려본다.
광주 동구 동명동도 예전에는 썰렁했는데 카페가 하나둘 생기면서 사람들이 찾아가기 시작했잖아요.
시간우체국도 ‘100년 뒤에 편지를 보낸다’는 콘셉트부터 건물 외관까지 독특해요.
입소문이 잘 나면 멀리서 찾아오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감리하고 기부한 시간우체국이 남구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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